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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694
작자: 남유정
2016/5/15(일)
조회: 328
회화나무 무릎을 베고  
    
          
    
    회화나무 무릎을 베고  
     
                         남유정
    
    늦은 봄날이 
    우듬지에 파란 물을 들이붓는다
    나뭇가지가 살아난다
    
    직박구리 몇 마리 날아와
    부리를 문지르자
    늦게 말문을 튼 아이처럼
    나무도 수다스럽다
    
    아이들이 돌아간 오후
    빈 교실로 회화나무를 부른다
    땀 흘린 아이들을 품어
    기꺼이 품을 내어주던 넉넉함으로
    녹색 그늘이 따라온다
    
    회화나무 그늘을 베고 눕는다
    
    이 아늑함이 내 것이라니
    정신없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직박구리들 사이 나뭇잎
    푸릇한 숨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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