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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702
작자: 石川啄木
2016/10/16(일)
조회: 285
집  
    
          
    
                   집
    
                           石川啄木
    
    오늘 아침도, 문득 눈떴을 때
    우리 집이라 부를 집이 갖고 싶어져
    세수 하는 동안에도 그 일만 공연스레 생각했지만
    일터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 후 차 한잔 마시며, 담배를 피우노라면 
    보라빛 연기처럼 자욱한 그리움
    하염없이 또 집 생각만 마음에 떠오른다.─
    하염없이 또 서글프게도
    
    장소는, 기찻길에서 멀지 않은 
    푸근한 고향 마을 변두리 한구석 골라 본다.
    서양풍의 산뜻한 목조 건물 한 채
    높지 않아도, 그리고 아무 장식 없어도,
    넓은 계단이랑 발코니, 볕 잘 드는 서재……
    그렇다, 느낌이 좋은 안락한 의자도.
    
    이 몇 해 동안 몇 번이고 생각한 것은 집에 관한 것.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바뀐 방 배치 등을
    가슴속에 그려 보면서
    새하얗게 바랜 전등 갓에 시름 없이 시선을 모으면 
    그 집에 사는 즐거움이 또렷이 보이는 듯,
    우는 애 옆에 누워 젖 물리는 아내는 방 한구석 저쪽을 향해 있고,
    그것이 행복하여 입가에 속절없는 미소마져 짖는다.
    
    그리고, 그 마당은 넓게 하여 풀이 마음껏 자라게 해야지
    여름이라도 되면, 여름날 비,저절로 자란 무성한 풀잎에
    소리내며 세차게 흩뿌리는 상쾌한 기분.
    또 그 한구석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심고
    하얗게 칠한 나무 벤치를 그 밑에 두어야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은 그곳에 나가
    저 연기 그윽한 향 좋은 이집트산 담배를 피우면서,
    시오 일 간격으로 보내오는 마루젠의 신간  
    그 책 한페이지를 접어 놓고
    
    밥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꾸벅꾸벅 졸기도 할 테지
    또 모든 일 하나하나에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넋 잃고 듣는 
    동네 꼬마애들을 모아 놓고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지……
    
    하염없이 또 서글프게도
    어느 사이엔가, 젊은 날에 이르러
    세월 사는 일에 지쳐만 간다
    도시 거주자의 분주한 마음에 한번 떠올라서는,
    하염없이 또 서글프게,
    못내 사무쳐 언제까지고 지워 버리기 아까운 이 생각
    그 많은 갖가지 못다한 바람과 함께
    처음부터 덧없는 일인 것을 잘 알면서
    여전히, 젊은 날 남 몰래 사랑을 속삭이던 그 시선으로
    아내에게도 말 못하고, 하얗게 바랜 전등 갓을 응시 하고서
    나 홀로 살그머니, 또 열심히 자꾸만 마음속에 되새겨 본다.
    
    (마루젠 은 명치초기 창업한 유명한 서양서적 또는 서양물품 전문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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