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
이름: 정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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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27(수)
조회: 4486
옹알이 밥 / 최승화  
    
    옹알이 밥 / 최승화
    
    
    새벽닭이 울어 댈 시간
    병실에서는 그녀의 옹알이가 시작되었다
    
    지난여름 태풍 매미에
    날아가 버린 지붕에서 비가 새고
    하수구는 폭우에 막혀버리자
    내력 있는 오래된 집을 부수고
    새집을 만들던 날
    지붕을 받치던 기둥을 여다 나르던 그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끝내 막혔던 뇌혈관에 말들이 부딪혀
    조각조각 되돌아오고 있었다
    
    생의 유물같이 입에서 흩어진 옹알이는
    병실 허공을 맴돌아 복도로 뛰쳐나가자
    사람들은 귀를 흔들며
    그것들을 떨어내려고 병실문을 두드리고
    나는 흩어진 것들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병실문에 등을 대고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손사래로
    흩어진 옹아리들을 주워담아
    창문을 따라온 별빛으로 깨끗하게 씻고
    마른 관절을 땔감처럼 똑똑 잘라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더니
    '밥해야지'라는
    처음으로 알아들을 옹알이 후에
    몸을 감싸며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새우처럼 구부린 그녀의 등 뒤로
    뜸이 잘 들도록 작은 새우를 포개어
    옹알이 밥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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